법원 “책준 자금 투입해도 대주단 상환이 우선”…코람코신탁, 288억 토해낼 위기

입력 2023-06-14 15:28   수정 2023-06-15 15:44

이 기사는 06월 14일 15: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이행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해도 대주단이 먼저 대출금을 상환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 판결에 코람코신탁은 288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난관에 빠졌다.

14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신항스톤 등 ‘부산 신항만 오피스텔 개발사업’ 대주단이 코람코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이 288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코람코신탁은 즉각 항소했다.
대주단과 책준 확약 신탁사, 준공 늦어지며 갈등 '씨앗'
2018년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은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 지하 4층, 지상 21층 규모의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에 대주단으로 참여해 총 950억원을 한도로 빌려줬다. 현대차증권과 한화증권은 각각 선순위로 500억원, 300억원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했고 하이투자증권은 150억원을 후순위로 참여했다. 이후 현대차증권은 우리종합금융, 하나증권, JB자산운용 등에 셀다운을 진행했다. 본 PF와 함께 중도금 대출을 받기 위해 책임준공 확약도 진행됐다.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은 코람코자산신탁이 맡았다.

문제는 2020년 1월까지 책임준공을 하기로 한 시공사 다인건설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기한이익상실(EOD) 기로에 선 대주단은 PF 만기를 2020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다인건설은 시공권 등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책임준공 확약을 건 코람코자산신탁에 준공을 위한 추가 사업비 조달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코람코신탁은 2020년 1~7월 8회에 걸쳐 520억원을 사업비로 지급했다. 이를 통해 준공까지 마무리됐다.
수익 나오지 않자 누가 먼저 돈 돌려받나 '분쟁'
이후 분쟁은 분양대금 잔금을 두고 벌어졌다. 준공을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자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 예상보다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대주단은 대출금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했으나 코람코신탁은 자금 투입을 했으니 우리가 먼저 회수해야 한다며 잔금 288억원을 인출했다. 대주단은 “무단 인출”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계약서상 “수탁자는 신탁재산에서 최우선적으로 자금을 집행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였다. 신탁사는 자신들이 투입한 자금을 먼저 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로 썼다. 대주단 측은 운영계좌에 한해 최우선으로 뺄 수 있다는 것이지 분양대금까지 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통상 신탁사가 관리하는 계좌의 종류는 분양대금을 쌓아두는 분양대금 수납계좌, PF 등 대출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는 대출금 상환 적립계좌, 사업비를 지급, 관리하는 운영관리 신탁계좌 등으로 나뉜다. 코람코는 분양대금 수납계좌에서 차입금을 인출했다.

법원은 대주단 측의 손을 들어주며 ‘운영계좌에 한해 최우선으로 인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처럼 판시한 것은 해당 계약 조항이 사업비 등 운영자금 집행과 관련해 다루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운영계좌 내에서 사업비 집행순서 중 코람코의 차입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지 대주단의 대출금보다 앞선 것으로 보긴 어렵단 뜻으로 해석된다.

코람코는 대주단과의 계약서상 신탁자금 회수 범위를 운영계좌로 제한하지 않아 2심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준공 의무를 다했다”며 “계약 문언에 명시된 바에 따라 투입된 자금을 회수한 것이므로 항소심의 다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탁사 '책준 확약' 자금 투입 꺼릴듯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향후 이어질 대주단과 책임준공 확약 신탁사 간 갈등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공사비 급증, 건설사 도산에 따라 책임준공을 하지 못하는 시공사들이 늘어나며 책임준공 확약을 건 신탁사들이 대체 시공사를 찾거나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대주단에 먼저 상환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져 있어 책임준공 확약 신탁사가 자금 투입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책준 확약 사업장은 계약서상 대주단 대출을 최우선 순위로 상환하도록 하고 있을 것”이라며 “어려운 사업장에 자금을 넣어도 돌려받기 어려워 신탁사 입장에선 책준 확약 이행을 최대한 버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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